본문 바로가기

미니무비(시나리오와 함께 보기)

뿅가는 물건

가끔 중고장터에 보면 아내 몰래 구매했다가 헐값에 내놓는 유부남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PS4 팝니다. 아내 몰래 구입했다 걸려서 헐값에 내놓습니다.'

'아내에게 걸려서 바이크 내놓습니다' 등등

 

시작은 이렇게 아내 몰래 취미 생활을 하려고 고가의 제품을 몰래 구입하는, 또는 판매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는데... 그놈의 반전이 뭔지 서두에 마약을 구입하는 듯한 설정을 주는 바람에

이야기가 완전히 맛이 없게 변해버렸습니다.

긴 시간 고민하고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가벼운 설정들이 난무합니다.

그 점 감안하시고 재미는 없더라도 이런 상활이 있을 수 있구나...

배우들은 이런 상황을 이렇게 연기하는 구나...

정도로 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거래

 

동훈(후배)

성균(선배)

한경(판매자)

 

1. 도로()

 

도로에 멈추는 승용차.

긴장감에 입술에 침을 바르는 동훈, 운전대를 붙잡고 놓지를 못한다.

 

동훈 형님, 다 왔습니다.

성균 드디어....

 

고개를 앞 창 쪽으로 쓱 들이밀고 맞은 편 어두운 도로에 뭐가 없는지 계속 바라본다.

동훈을 툭 치는 성균,

 

성균 시동 꺼.....불도 끄고........보여?

동훈 안보여요.

성균 여기 맞아. 기다리자

동훈 형님, 이거 괜찮은 거겠죠?

성균 나 못 믿어?

동훈 믿죠. 당연히

성균 겁먹지 말고

동훈 겁먹긴요. 겁먹진 않았는데......이거 이래도 되나 싶긴 합니다.

성균 뭐가 걱정이야?

동훈 나중에 걸리기라도 하면.....

성균 안 걸려. 내가 이거 한두 번 하냐?

동훈 그렇긴해요~ 그런데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삐끗하면 인생 골로 가는 거 아닙니까?

성균 쓰읍! 재수 없는 소리.

동훈 죄송합니다.

성균 너도 경험해보면.....이게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거야.

동훈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 같은데요

성균 아니라니까? 네가 몰라서 그래. 이거 한번 맛 들이면.....(인기척 느낀다) 잠깐

동훈 온 건가요?

성균 나가보자

 

그림자가 드리운 어두운 길모퉁이에 모자를 쓴 한경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성균과 동훈이 다가가는 동안 고개를 돌려 누가 미행은 하지 않았는지 살핀다.

성균도 눈치를 살피며 한경에게 조심히 걸어간다. 그 뒤에 동훈은 겁에 질려 몇 걸음 걷지 않고 자리에 얼어버린다. 성균이 돌아보고 '빨리 와' 하면 쪼르륵 그 옆에 가서 선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다. 리듬에 맞춰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느낌이다. 한경 앞에 선 성균이 고개를 끄덕이면, 한경, 따라서 끄덕인다. 성균은 동훈을 앞에 내세운다. 쭈뼛거리며 한경 앞에 선 동훈은 안 주머니에서 돈뭉치(봉투)를 꺼서 한경에게 건넨다. 돈을 받아 든 한경

 

한경 (좌우 돌아보고) 여기까지 가지고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압니까?

찾는 사람도 많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동훈 (성균에게) 형님, 나 이거 못하겠어요.

성균 임마, 이제 와서 뭐라는거야?

동훈 나 이거 백프로 걸려요. 잠깐 좋자고 이런 모험 했다가는.....

성균 괜찮아. 괜찮다고

동훈 (울상이다)

성균 (한경에게) 나한테 주세요.

한경 (머뭇) 이거 곤란한데요?

성균 얘가 와이프 무서워서 그래요. 알잖아요. 유부남의 비애

한경 이분 걸려서 문제 생기면 저도 곤란해요.

동훈 그래요, 형님 저 그냥 이거 안 사면 안 돼요?

성균 . 겁 안 먹었다면서!

동훈 맞아요. 겁 먹은 건 아니에요. 근데 (성균에게 귓속말) 불법이잖아요!

한경 밤에 불러 놓고 뭐 하는 겁니까?

성균 (손가락 끝에 침 한번 바르고) 주세요

한경 (동훈과 성균을 번갈아 본다)

동훈 (큰 숨 쉬고) , 형님, 알겠습니다.. 저 주세요.

한경 (뭔가를 건넨다) 여기

 

동훈, 받자마자 놀란 눈으로 물건에 시선을 고정한다. 하지만 얼굴엔 서서히 화색이 돈다

 

한경 잘 쓰세요.

성균 좋은 물건 있으면 또 연락하겠습니다.

한경 . 다음 달에 들어올 거에요. 연락주세요

성균 고맙습니다

 

한경 멀어져가는데 그때까지도 동훈은 물건을 보고 놀란 채로 서 있다. 한경의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동훈이 아직도 멍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성균 죽이지?

동훈 ...... 죽이네요. 이거 내꺼죠 이제?

성균 그래 인마

동훈 마누라고 뭐고 모르겠다. 눈 돌아가네요. 이렇게 좋은걸 맘놓고 살 수 없다니...

성균 (피식 웃으면서 보다가) 그런데 그거 짭인거 알지?

동훈 짭이요?

성균 그 가격이면 진짜 못 구해.

동훈 쓰던 거라서 이 가격 아니었어요?

성균 그건 아니고, 그냥 짭이라서 그 가격이야.

동훈 하긴 진짜라면 쉽게 못 구하겠죠. 괜찮습니다. 근데 이거 어떻게 숨겨서 들어가죠?

성균 가지고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만 해

동훈 그래야 되나요? 아쉽네. 그럼 지금 해볼까나?

성균 그래. 해봐

 

심호흡 한번 하고 손목에 시계를 두른다. 명품 짭 시계.

 

동훈 ...쥑이네

성균 그것봐. 뿅가지?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런 시계 진퉁으로 차려면 절대 못 사.

짭이 그 가격인데 진짜면 차 한 대 값이야.

동훈 ?

성균 중형차!

동훈 진짜요?

성균 가자.

동훈

 

차로 걸어가는 두 사람 뒷모습으로 동훈의 대사.

 

동훈 엄마야....그렇게 비싸요? 내 평생소원이 명품 시계 한번 차는 건데....

박봉에 얼마 안 되는 용돈, 그런데 그나마 그것도 마누라한테 다 빼앗겨서

명품 시계 구경이나 하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 싶었는데....

형님 덕분에 호강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마누라한테 걸리면

난 죽습니다. 이런 데 돈 썼다고 아주 죽일라고 할 겁니다. 그래도 좋네요.

오매 좋은 거!

 

차에 시동이 걸리고 출발

'미니무비(시나리오와 함께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날, 밤  (0) 2020.08.09
나비의 꿈  (0) 2020.08.01
미래로 가는 여자  (0) 2020.07.31
하고 싶어!  (0) 2020.07.19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0)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