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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무비(시나리오와 함께 보기)

나비의 꿈

 프로필 촬영을 하는 미니무비 출연 배우들 속에서 무엇을 찍을까 고민했습니다.

현장 스케치 같은 걸로 다큐멘터리 영상, 또는 브이로그를 만들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건 제 취향도 아니고 능력도 없어서 결국

그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를 구상하고 이야기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한 남자를 추적하며 그 사람의 정체성을 찾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썼는데....

막상 결론이 나니 남자는 그 장소의 관련 인물이고, 나머지들이 들러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서 이 영화는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여러가지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이 딱히 정해진 결론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고 싶은데로 보세요. 그것이 정답입니다.

 

 

 

나비의 꿈

등장인물

남자

모델

작가

직원

주차녀

 

1.스튜디오

 

빈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정우. 테이블 위에 놓인 카메라를 들어 사진 찍는 시늉도 하고,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희진

 

희진 안녕하세요

정우 (카메라 내려 놓으며) 안녕하세요

희진 처음 뵙겠습니다.

정우 처음 뵙겠습니다.

희진 (전화) 잠깐만요. . 언니 나 먼저 왔어. 어디쯤 왔어? 작가님은 먼저 와 계시는데?

... 내가 데리러 나갈게

정우 저기...

희진 같이 오기로 한 언니가 있거든요. 요 앞에 왔데요. 길을 못 찾아서 헤매고 있나봐요.

길치에요. 완전 길치. 집 근처 마트갈때도 길 잃어버릴까봐 네비게이션 켜고

간 적이 있데요. 완전 웃기죠? 빨리 데리고 올게요.

정우 그건 좀 심한거 아닌가요?

희진 거짓말 같지만 진짜예요. 얼른 다녀올게요.

정우 잠깐만요....

 

하는데, 희진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정우, 이번에는 포토존 안에 들어가서 포즈를 취해본다. 다양한 포즈를 취해보는데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더니 점자 자신감이 붙어서 나중에는 과감한 포즈를 취한다.

신이 나서 열심히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작가 들어온다.

 

작가 ? 일찍 왔네?

정우 (꾸벅 인사) ....안녕하세요

작가 혼자? 아무도 없어?

정우 친구 데리러 간다고 나가던데요? 금방 온다고 했어요

작가 그래. 그럼 먼저 온 사람부터 시작하지

 

입고 온 겉 옷은 옆에 있는 의자에 걸쳐놓고, 카메라며 조명이며 컴퓨터 등을 자리 잡고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는 작가, 그런 모습을 멀뚱히 보고 있던 정우는 안되겠다 싶어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작가 바쁘다. 얼른 찍고 가자

정우 (한걸음 나서며) 저는...

작가 (카메라 만지며) 겁먹지 말고!

정우 겁 먹은건 아니구요.

작가 (조명 셋팅하며) 저쪽에 서 봐.

정우 (어쩔수 없이 가서 서는) 저기요

작가 저기요?

정우 어어....?

작가 너 나한테 저기요라고 했냐?

정우 아니 그런 뜻은 아닌데요.

작가 ....내가 이제 너같은 것들한테 저기요 소리나 듣는 존재냐?

정우 그럼....뭐라고......작가님?

작가 관두자. 작업할 때, 토다는 거 싫다. 시키는데로 포즈나 잘 잡아

정우 저기...작가님

작가 조용히 하고 저기 가서 서라고

정우 (멀뚱 제자리에) 저는 아닌데요.

작가 뭐가 아냐, , . 누군지 몰라? , 신성모야. 대한민국 최고 사진 작가!

내가 시간이 남아서 너 같은 무지렁이 사진 찍어주는 줄 알아? 너 어디서 보냈다고?

정우 저는....

작가 성대표가 보냈어?

정우 아닌데요.

작가 곽이사가 보냈구나? ........이것들이 나 엿먹으라고 이러는거지?

너 꼼짝말고 있어라.

 

의자에 걸려있던 겉옷을 들고 화가 난 채로 밖으로 나간다.

뒷 모습 보면서 멍하니 서있던 정우, 어이도 없고, 무슨 상황이지? 하다가

눈 앞에 정수기가 보이고, 물이나 한 잔 마시자는 생각으로 다가간다.

(물을 따르는데 물은 나오지 않고) 포기하고 잔을 내려 놓는데

 

직원 (손에 커피 들고) 아저씨 이제 오셨어요?

정우 ?

직원 그거 뜨거운 물이 왜 안나와요?

정우 이게요?

직원 전임 직원이 인수인계할 때 그거 고장 난 걸 말 안 해줘서 이번 주 내내 물 끓여서 사용했어요. 거기다 아저씨 연락처도 안 주고 가서 얼마나 헤맸는지 아세요?

마침 오늘이 물 가져 주는 날인가 보네요? 제가 여기 온 지 일주일 밖에 안돼서요.

정우 아뇨. 그건 아니구요.

직원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며) 상관 없어요. 그거 뜨거운 물 나오게만 해주시구요.

아직 물은 있으니까 다음 주에 받을게요. 결제도 그때 해드릴게요.

정우 이건 이렇게....

 

빨간 버튼을 누르고 잔으로 물을 받는데 뜨거운 물이 잘 나온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무실로 쏙 들어가버리는 직원

 

카메라, 무대, 사무실 등, 스튜디오를 멍하니 둘러보는 정우, 허탈하게 웃으며 나가려고 하는데 미령이 씩씩대면서 내려온다. 손에는 명함이 들려있다.

 

미령 저기요. (명함보고) 여기 사장님이세요? 주차장에 차 대놨으면 전화를 받으셔야죠.

이중 주차를 해 놓고 전화도 안 받고, 파킹까지 해서 차도 못 움직이게 해 놓으면

뒤에 있는 차가 어떻게 나가라는 거예요? 차 빨리 빼주세요.

정우 차를....빼라구요?

 

시끄러운 소리에 직원 나온다.

 

직원 주차장에 있는 차, 저희가 대 놓은거 아닐텐데요? (정우에게) 차 가져오셨어요?

정우 ...아뇨

미령 그럼, 이 명함은 뭐예요?

직원 (보고) 우리 사장님 명함이네요? 사장님 찬가본데.... 어디 가신거지?

정우 ...실례하겠습니다 (뒷걸음질)

미령 (퉁명) 미안해요

정우 ..네네

직원 아저씨 다음주에 생수 두 통 가져다 주세요

정우 두 통이요....하하...네 그러죠.

 

입구까지 걸어간 정우, 이 때, 희진이 들어오면서 정우에게

 

희진 작가님, 저희 언니 여기 안 왔죠? 못 찾았어요. 어떡하죠?

정우 (고개 끄덕하며 희진을 지나친다) ...

희진 어디 가세요?

 

계단까지 걸어간 정우, 이 때, 작가 들어오면서 정우에게

 

작가 이봐, 곽이사랑 성대표가 오늘 남자 모델은 안 보냈다고 하던데?

정우 (고개 끄덕하며 작가를 지나친다) 그렇죠? 안 됐네요. 하하

 

정우 총총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계단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그 모습을 나란히 서서 바라보는 사람들. ?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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