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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무비(시나리오와 함께 보기)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서 촬영을 한 지 20일 만에 업로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운드 문제였습니다.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샵의 한쪽을 빌려서 촬영을 하다 보니

미용실의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너무 신경이 쓰였습니다. 거기에다가 잘 되던 마이크도

뚝뚝 끊어지며 잡음을 내뱉고.....(그래서 영상 전체에 음악을 깔아봤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도움을 주신 박승철헤어스투디오 인천삼산점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어떻게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자꾸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만 쓰게 되네요.

이렇게 된 바에 앞으로는 (사람을 죽이는)이 아닌 진짜 (끝내주는) 죽이는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념일

 

등장인물

진영

수정

제임스

정혜

 

 

1. 미용실

 

손님이 없어 한가한 가게, 문밖에 서 있는 진영은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수정 그 모습 보고, 문을 열고 나가 호객을 한다.

 

수정 들어오세요.

진영

 

진영, 안으로 들어오면, 안에 있던 제임스가 진영을 미용 의자로 안내한다.

 

제임스 앉으세요.

진영 .....

제임스 안녕하세요. 제임스입니다. (웃고) 처음 오셨죠?

진영 ....

제임스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진영 그냥 단정하게....

제임스 특별히 생각하고 오신 건 없으시구요?

진영 . 오늘 1주년이라서...

제임스 ~ 일주년 기념일 이시구나?

진영 .....

 

미용 가운을 입혀주고, 머리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있는데

 

수정 제임스!

제임스 (본다)

수정 너 샴푸실 정리 안할 거야?

제임스 해요.

수정 손님 준비 다 해드렸으면 빨리 샴푸실 정리해

 

진영의 머리 손질을 하러 오는 수정, 풀이 죽어 샴푸실로 가는 제임스를 한번 흘겨본다.

 

수정 죄송해요. 제가 봐드릴건데...쟤는....

진영 괜찮습니다.

수정 일주년이시라고요?

진영 .

수정 좋겠다. 축하드려요. 멋지게 해드릴게요.

진영 깔끔하게만 해주세요.

수정 데이트는 어디서 해요?

 

insert.

 

진영 양재동...

수정 멀리 가시네요?

진영 ..... 좀 멀죠.

수정 그래도 멋지다...... 여자친구는 좋겠다. 자기 만나러 온다고 이렇게 준비하는거 알면 얼마나 좋아할까?

진영 좋아하겠죠.....

수정 여자 친구 어디가 좋아요?

 

insert.

공원,

-꺄르르 웃는 여자친구,

-태양 아래서 뱅그르르 도는 정혜,

-뽀뽀를 하러 다가 오는 정혜

 

진영 ...........

수정 괜히 물어봤나?

진영 아니요.

수정 그래. 어디가 좋아요?

진영 다 좋다고 말해야겠죠?

수정 에이. 그게 뭐야? 얼굴이 예뻐서 좋아요. 성격이 좋아서 좋아요.

나랑 잘 통해서 좋아요. 뭐 하나 딱 있을거 아녜요?

진영 지금은 잘.....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수정 ~? 일주년이나 됐으면서.... 그것도 잘 모르면 어떡해요?

 

진영,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 모습 보고 말 없이 머리 손질만 하는 수정

실루엣 속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여자친구의 목소리

 

insert.

정혜 오빠, 이리 와. 머리가 그게 뭐야? 앉아 봐. 오빤 다 좋은데 머리가 별루야.

그래서 내가 오빠를 위해 미용학원 등록을 했지!'

 

진영 목소리.

수정 (보다가) 목소리?

진영 목소리가 좋았어요

수정 좋았어요? 에이 뭐야. 좋으면 좋은거지.....좋았어요가 뭐예요. 과거형이잖아.

진영 나를 신경써주는 마음도...

수정 그쵸. 그게 최고지 (빗질 두어번하고) 그런데 얼굴은 안 예뻐요? 섭섭하겠네

진영 시간이 많이 흘렀나 봐요.

수정 시간?

진영 . 일년이 됐어요.

수정 하긴 오래 만나다보면 조금 무뎌지긴 해요. 보다 보면 질리기도 하고

 

insert.

약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천천히 진영의 어깨에 기대는 정혜

 

진영 .....

수정 (눈치보고) 아니 질려서 안 예쁘다는게 아니라...

진영 알아요.

수정 알죠? 다 그렇잖아요. 처음 만날 땐 콩깍지가 껴서 무조건 다 예뻐 보이는데 차츰

만나다 보면 이런 저런 단점들이 막 보이고.... 그래서 얼굴보다 마음씨가 예뻐야

한다구요. 그런데 사람들은 다 얼굴만 따지고....진짜..... 내면을 봐줘야지. 내면을.... 사실 내가 말은 안해서 그렇지 내가 마음이 얼마나 착한데요...그런데 우리 정민씨는 내 마음도 모르고......TV 보면서 연예인 누가 예쁘고 누가 안 예쁘고....

내 앞에서 이런 소리만 한다니까요? 아참 그거 모르죠? 요즘 잘 나가는 그 배우...

그그그... 이름이 뭐더라? '사랑한후에' 에 나왔던....아 맞다. 김민지, 김민지

그 배우 얼굴 싹 다 돌려깍은 거 알아요? 내가 그렇게 깍으면 걔보다 백배는 예쁘죠.

아니지, 아니지, 저는 얼굴보다 마음이 예뻐서 성형수술 같은건 안해요 호호호.

 

진영의 귀에 수정의 수다는 낮은 저음의 소음으로 들린다. (시간 경과)

 

진영 저기...

수정 ?

진영 멀었나요?

수정 다 끝났어요. 끝났어.

진영 여자 친구가 항상 제 머리를 손질해주고 싶어했어요

수정 이쪽 일 하나봐요?

진영 아뇨. 그냥 저 때문에 배웠어요.

수정 어머, 낭만적이다

진영 뭐든지 항상 제 생각을 먼저 했어요

수정 여자친구한테 머리 맡겨야하는거 아니에요? 나 혼나는거 아니야? 호호호

진영 멀리 있어서....

수정 그래봤자 양재동이면 멀지도 않은거죠.

진영 아니 더 멀리.....

수정 양재동에서 데이트 한다고 했잖아요?

진영 .

수정 ......

진영 거기서 만나기는 하는데.....

 

그 말과 함께 진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하고 흘러내린다. 당황한 수정은 제임스를 부른다.

 

수정 제임스, 손님 샴푸 좀 해드려

제임스 (멀리서)

진영 (눈물 닦고) 아니요. 그냥 털어만 주세요.

수정 그럴까요?

 

멀리 있던 제임스는 뻘쭘해있고, 수정이 머릿솔로 진영의 머리를 탈탈 털어준다.

머리를 간단히 쓸어넘기고 거울을 보는 진영, 살짝 미소를 짓고 일어나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나간다.

 

수정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멀어져가는 진영을 확인하고,

 

수정 제임스, 내가 뭐 잘못했니?

제임스 글쎄요.

수정 왜 우는거야? 얘 양재동에 뭐가 있니?

제임스 예술의 전당, 꽃 시장, 시민의 숲 뭐 그런거.....아 추모공원도 있고...

수정 추모공원?

제임스 설마 저분 일주년이 아니라 일주기인거 아니에요?

수정 그래서 과거형으로 이야기 한거야? 어머 어떡해.

 

거리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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