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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무비(시나리오와 함께 보기)

곡성에서...

 곡성에서 하룻밤 묶고, 새벽에 급하게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곡성하면 떠오르는 그 영화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쓰다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네요.

 여행의 수준으로 촬영 장비를 간소화 하다보니 조명,마이크 등이 다 빠지고 간단하게 카메라(RX100m7)와 핸드폰(S20Ultra)이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촬영 현장 바로 옆은 고속도로라서 지나가는 차량 소리는 정신이 없고 비도 부슬부슬 내려서 후시 녹음을 목표로 촬영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편 완성하자는 신념(?)에 후시녹음은 포기하고 잡음을 그대로 둔 채 (겨우) 편집을 마쳤습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어색하고, 사운드도 엉망이지만 쪽대본을 받아서 힘들게 연기한 배우들에게 응원을 해주세요. 유튜브 컨텐츠가 아닌 제대로 된 프로젝트로 언젠가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곡성에서...

 

등장인물

도윤

다정

현지

 

 

1. 뚝방길

 

언덕을 넘어서 세 사람 걸어온다. 다정은 현지의 팔짱을 끼고 친밀한 듯 보인다. 하지만 현지의 표정은 밝지 않다.

 

다정 언니, 오빠, 나 잠깐만...

도윤 ?

다정 (풀 숲을 가리킨다) 오빠랑 둘이 있어.

도윤 좀 참지?

다정 안 돼. (손 내민다)

도윤 ? (다정, 담배 시늉) ~ 여기

다정 하나 더 줘.

 

도윤, 라이터 칙칙거리면서 풀 숲 속으로 들어간다. 가는 모습 한참 바라보다가

 

도윤 현지야. 저기 잠깐 앉자.

현지 이러고 싶니?

도윤 앉아

 

다리 밑 언덕에 걸터 앉은 도윤,현지

 

도윤 (담배 권하며) 미안해

현지 (툭 치고) 싫어

도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갑속에 집어넣는다) 보고 싶었어

현지 이렇게?

도윤 어쩔 수 없었어

현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도윤 .....

현지 쟤는 뭐야?

도윤 .....

현지 바람 폈었던거야?

도윤 미안하다고

현지 됐어, 이제 와서 뭘 따져.

도윤 너랑 헤어지고 나서 만났어.

현지 됐다고, 설명하지마

 

도윤 일어난다. 바닥에 있던 작은 돌멩이 하나 주워 강으로 던진다. 힘이 들어가 있다. 작은 물방울만 살짝 만들고 물 속으로 가라앉는 돌멩이

 

도윤 (멀리) 다정아, 멀었어?

다정 (V.O) 금방 가~

현지 도윤야,....불편해. , 가면 안 돼?

도윤 얼마 만에 만난건지 알아?

현지 보내줘. 헤어졌잖아. 우리 서로 응원하면서 헤어진거잖아.

다정 언니, 내가 보자고 한거야, 오빠가 언니 이야기 많이 했어. 질투 나더라

현지 난 도윤이한테 마음 하나도 없어.

다정 당연하지. 마음이 있으면 이상한거 아냐?

현지 그럼 왜 날 여기까지 데리고 온거야?

도윤 다정이가 질투가 좀 심해

다정 응 심해

현지 우리 만났던 건 한참 전이고 이젠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는데 그 질투심하고

무슨 상관이야? 우리 완전 남남이야.

다정 상관있지!

현지 ?

다정 오빠하고 조금이라도 연관된 여자들의 흔적은 다 지우고 있어

현지 지워. 지우라고, 나도 도윤이 전화 번호 같은거 싹 다 지웠어

다정 그런 걸로 지워져?

현지 ? (도윤을 본다)

도윤 현지야. 미안해. 내가 너를 사랑했던 죄야. (몇 발짝 멀찌감치 물러선다)

현지 무슨 소리야.

다정 언니 우리랑 같이 가자

현지 가긴 어딜 가. 집에 가겠어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로 가려고 하는데 도윤 달려와 현지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는다

 

현지 아아. 아파.

다정 오빠 머릿속에 언니가 가끔 나타난데, 오빠는 온전히 내 생각만 해야하는데....

현지 도윤이한테 말 해. 내 생각 하지 말라고, 그게 왜 내 탓이야?

다정 그래봤어. 그런데도 자꾸 언니 이야기를 하고는.....

현지 그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다정 ? 언니가 뭘 할 건 없어.

현지 그럼, 나 놔줘

다정 오빠의 머릿속에 언니의 마지막 기억을 넣어주려고 해

현지 .....

다정 오빠 앞에서 언니를 영원히 사라지게 하면 되거든

도윤 현지야, 미안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난 널 계속 찾게 될 것 같아

현지 ...무슨 소리야? 날 어쩌겠다고?

도윤 미안해.

다정 언니, 너무 떠들지마. 여기 사람도 없어. 목놓아 불러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구.

오빠. 가자.

현지 내가 미안해. 잘못해서. 내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울부짓는 현지의 양팔을 끼고 고개를 넘어가는 도윤과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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