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기억해

조금 더 호러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이야기 였습니다.

팀이 꾸려진지 얼마 되지 않고, 서로의 호흡을 아직 알지 못하던 때라서

조금 서둘러 마무리한 조금 아쉬운 작업이였습니다.

살을 더 붙여서 나중에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보고 싶네요.

 

 

 

1. 사무실 안

 

문 열고 들어오는 정호,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간다. 책상에 앉아 앞에 있는 액자를 들어 바라본다.

액자를 내려놓고 자리를 옮겨 쇼파로 이동한다.

고개를 뒤로 제끼고 천정을 바라보고 크게 한숨을 쉰다.

 

선주 (V.O)어휴 진짜. 책상이 너무 지저분해. 이게 뭐야?

 

책상을 치우고 있는 선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호

 

선주 일 열심히 하는 척 티 낼라고 이렇게 어질러 놓은 거야?

정호 ....

선주 으이그, 자기는 그냥 지저분한 거야. 정리도 안 하고 이게 뭐야.

내가 맨날 이야기하잖아. 깨끗하게 정리를 해야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액자 들고) 어? 내 사진이네? 이게 언제였지?

(흐뭇하게) 이때는 쪼금 이쁘네? 그치?

 

정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선주 내가 와서 치워주니까 좋아?

정호 (미소)

선주 아이 정말, 언제까지 내가 치워줘야 해? 제발 정리 좀 하고 살아

 

정호, 고개를 끄덕이는데 전화벨 울린다. 발신인 확인하고 그냥 끊는다.

 

cut to

책장 앞으로 이동한 선주, 책을 한 권 꺼내 내용을 읽는다.

 

선주 죽음?..... (책을 펴고) 누가... 날.... 죽였지?

정호.........

선주 베르나르 베르베르구나? 이 책 읽었어? 재미있어?

정호 (고개를 가로젓는다)

선주 궁금한데....궁금한데.... 자기 요즘에 책도 잘 안 읽는구나?

독서하는 거 좋아하더니 요즘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사람처럼......

봐줬다. 대신 이거 다 읽으면 나한테 이야기해줘.꼭이야. 알았지?

 

정호 일어나서 선주가 있는 쪽으로 향해 가는데 선주는 사라졌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면..

 

cut to

작은 화분 앞에 서 있는 선주

 

선주 이 화분 기억나. 자기가 내 생일 기억 못 해서 축하도 안 해주고,

그래서 내가 막 화내고 그랬잖아. 내 생일은 우리 만나지 칠 년이 되는 날이기도

한데 그것도 기억 못 하고....그래서 우린 이제 헤어져야 하는구나. 우린 끝이구나. 사랑이 식었구나.......

정호 (애처롭게 바라본다)

선주 밤새도록 울었어. 눈이 퉁퉁 부었어. 너무 울어서 나중엔 눈물도 흐르지 않았지,

정호 선주야...

선주 이 화분 들고 왔지? 그 새벽에. 집 근처 선물가게 다 뒤졌지만 문 연데가 없어서

문 닫은 꽃집 문 두드려 주인 깨워서 겨우 사 왔다고 했어.

장미도 아니고 이 화분을.....

정호 선주야....

선주 내가 자기 많이 사랑했나 봐. 그렇게 화가 났는데 이게 뭐라고... 이 화분 보고...

밤 새 울어서 메말랐던 내 눈에서 눈물이 다시 쏟아지는 거야.

그리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도 쉬기가 어려웠어.

정호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선주 그리고 모든 게 다 녹아버렸어. 자기의 눈을 보니까 모든게 다 용서가 됐어.

장미도 아니고 이 조그마한 화분을 건네며 용서를 비는 자기를 보고.....

모르겠어. 왜 그랬는지. 그런데 그건 알겠더라구. 나 이 사람 없으면 안 된다..

 

선주와 정호, 서로 마주 보고 한참을 서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정호, 전화를 확인하면

민주라고 이름이 뜬다. 둘의 통화는 굉장히 느리고 차분하다.

 

정호 민주야

민주 오빠.

정호 응

민주 괜찮아? 언니 많이 기다릴 거야

정호 그래. 이제 나가려고 해.

민주 오면서 전화 줘.

 

전화를 끊고 사무실을 둘러보는 정호,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고 적막이 흐른다. 옷걸이에서 겉옷을 챙겨 들고 사무실을 나서려다가 다시 들어온다.책상 위에 놓인 선주의 사진 액자를 들고 바라본다. 눈물을 참는 듯 이를 한번 악물고는 액자를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자막 "그녀를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