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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무비(시나리오와 함께 보기)

...커피, 참 쓰다

미니 무비 첫번째 프로젝트로 만든 "...커피, 참 쓰다" 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 만들기 프로젝트라서 대본이나 영상이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대본을 공개합니다.

 

 

1. 회사 앞

 

핸드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정인.

이때,멀리서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오는 채연과 동료. 허겁지겁 전화를 끊고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정인

 

정인 안녕

 

채연은 잠깐 멈칫, 동료는 고개만 끄덕이고 먼저 회사 안으로 들어간다.

 

정인 어머. 쟤는 나한테 뭐 기분 나쁜 일 있나?

채연 뭐래? 같이 일 한 적도 없으면서.

정인 (표정이 바꿔 웃으며) 근처에 볼 일 있어서... 지나가다가 들렸어.....바쁘...려나?

채연 들어가요. 처음 오는 데도 아니고, 지난달까지 출근하던 회사면서 뭘

 

채연, 문 열어놓고 들어가면, 정인 멋쩍은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2. 회의실

 

적막이 흐르는 회의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는 정인. 채연 서류 뭉치 하나 들고 와서는

 

채연 차 한잔 하고 있어요. 내가 타 줘요??

정인 (벌떡 일어나며) 아니, 아니 어디 있는지 아는데, 내가 타서 마실께.

바쁠 텐데 나 신경 쓰지 마..

채연 이거만 정리하고 올게요.잠깐 있어요.

정인 (어색하게 웃는다) 그래)그래

 

3. 탕비실

 

탕비실을 둘러보는데 인스턴트커피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스턴트 커피 한 봉을 뜯어 컵에 넣는다. 물을 넣으려다가 한 봉 더 뜯어 컵에 넣고 물을 넣는다.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인스턴트커피를 한 움큼 집어 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4. 대표실

 

전화하고 있는 대표. 사장실 문이 빼꼼 열리고 그 사이로 정인 고개를 들이밀고 인사한다.

 

정인 안녕하세요. 대표님

대표 (수화기 막고)어....어...웬일이야?

정인 바쁘세요?

 

문 열고 들어오려고 하는데

 

대표 잠깐 나 통화 중.이따가

정인 . 네네..

 

5. 회의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린다. 더는 마시기 싫은지 커피잔을 한쪽으로 슬쩍 밀어 놓는다.

 

채연 (들어오며)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잘 살고 있죠?

정인 ? 그렇지 뭐.

채연 (정인의 맞은편에 앉아 정인을 빤히 바라본다)

정인 ...왜?

채연 왜 왔을까? 혼자 잘살아 보겠다고 나갔던 것 같은데...

정인 무슨 소리야. 혼자는 무슨....

채연 아님 말고.

정인 그냥 근처 지나가다가 들려서 얼굴이나 보고 가려고 온 거라니까........

채연 ......

정인 채연씨, 여긴 월급 따박따박 잘 나오지? 여기가 그거 하나는 참 좋아? 그치?

채연 (움찔) 그렇죠. ...

정인 회식도 자주 하고?

채연 낮에는 일, 밤에는 술 이게 우리 회사 패턴이잖아요. 알면서 뭐...

정인 그래. 그래서 내가 못 버틴거지..... 못 마시는 술을 왜 그렇게 먹이는지 몰라.

그러다 누구 하나 쓰러져야 그만두지...쯧쯧

채연 나야 뭐. 워낙 술을 좋아하니까....

정인 아 맞다. 채연 씨는 술이 없어서 못 마시지? 그런데 심심하면 회식에서

30년짜리 양주 까는 대표님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래도 몸조심해.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해도 많이 마시면 몸 상해. 몸 상하면 일도 못하고,

일 못하면 돈은 또 어떻게 벌어?

채연 잔소리하려고 왔어요?

정인 아냐. 아냐. 잔소리는....

채연 ........

정인 (정적을 깨고) 사실은 내가 요즘 많이 힘들어. 여기 나가면 바로 뭐가 좀 진행될 줄 알았는데 생각지 않게 일이 꼬여서 지금은 백수로 지내게 돼버렸거든.....

그래서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잘린 게 아니라고 실업급여 신청도 안된데. 집세도 못 내고 전화 요금도 못 내고... 어휴...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 건지........

채연 .....

정인 ? 뭐 매일 라면 먹으면 되고, 전화? 뭐 까짓것 안 쓰면 되지...

(혼잣말)아.....안된다. 여기저기 이력서 뿌려놔서 연락을 받아야 되는데....아이씨...

채연 뭐래는 거예요. 그래서 나보고 돈 달라고 온 거예요?

정인 으응...채연씨, 채연 씨는 그래도 월급 꼬박꼬박 받고 있잖아.

나 이러다가 진짜 굶어 죽을지도 몰라. 좀 도와줘.

채연 내가 지난번에 퇴사할 때 이백만 원 줬잖아요. 그건 어쩌고?

정인 아이 그거 얼마 되지도 않는거......집세 내고 카드값 내고 그러니까 없더라.

채연 ~단해.

정인 그러지 말고, 나 돈 좀 줘.

채연 아니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져요?

정인 나 진짜 힘들어.

채연 . 짜증나. 돈을 달라고 할 거면 전화로 그냥 하면 되지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해요? 회사 다닐 때나 선배지 인생도 선배인 줄 알아요?

정인 (울먹) 전화 했잖아....요. 전화를 안 받으니까 그러지....요

 

이때,전화벨이 울린다.

 

채연 (정인에게) 중요한 전화. 잠깐만.

(일어나 나가며) 안녕하세요. 제가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전화를 주셨네요.

정인 저기...

 

채연 나가고, 대표 들어온다.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꾸벅한다.

 

정인 잘 지내시죠?

대표 . 이과장. 별일 없고?

정인 . 별일 없죠.

대표 근데 이 과장이 회사 보안카드 하나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정인 안 그래도 그거 전해드리려고 아까 대표님 방에 갔었어요.

대표 그렇지? 보안카드를 세 장 준비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하나가 어디 있는지

 찾겠더라고,그게 어디 있나 했더니 이 과장이 가지고 있었구나?

정인 퇴사하면서 놓고 갔어야 하는데 깜박했네요. 죄송합니다.

대표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뭐 어때?

그리고, 언제 한번 술 한잔 하자고, 나갈 때 송별회도 제대로 못했잖아.

정인 .

 

코트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지다가 지갑을 꺼내는데 인스턴트커피가 딸려 나와 바닥에 후드득 쏟아진다. 순간 얼어버린 정인.

 

대표 뭐야...?

정인 ......

대표 무슨 커피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녀?

정인 (허겁지겁 주워담으며)아니 제가 커피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대표 그랬어?

정인 특히 카누(상표)를 좋아해서 언제든지 먹으려고 가지고 다녀요.

(지갑에서 보안카드 꺼내 대표에게 넘기며) 여기. 제가 다른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채연 씨도 못 보고 가겠다. 대표님 저 또 놀러 와도 되죠?

오늘은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대표 ? 그래. (나가는 정인에게) 연락해

 

허겁지겁 나가는 정인을 바라보는 대표.

 

6. 회사 앞 골목

 

빠른 걸음으로 도망쳐 나오는 정인, 모퉁이를 돌아서서 한숨을 고르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주머니 속에서 커피를 꺼내 들고

 

정인 미쳤지 미쳤어. 거기서 이게 왜 쏟아지냐고.

 

커피를 내던지고 쪼그려 앉은 채 문자를 보낸다.

 

7. 회의실 앞

 

전화를 하고 있는 채연의 카톡이 울린다.

 

"나 먼저 나왔어“

"진짜 힘들어“

"내 계좌 번호는 SC제일 280-20-161736이야“

 

카톡 내용을 슬쩍 본 채연은 '뭐야' 하고는 다시 통화에 집중한다.

 

회사 앞 골목

 

화가 나서 폭풍 카톡을 보내는 정인

 

8. 회의실

 

회의실로 들어오는 채연, 주변을 둘러보는데 정인은 없다.

 

채연 뭐야? 어디갔지?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

 

"그 돈 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

"오늘은 그냥 가는데 다음엔 웃으면서 못 봐“

"제발 돈 좀 갚아“

"내일까지 안 보내면 법적으로 처리하겠어“

"진짜 욕 나온다.“

"먹고 노는데 쓰는 돈이면 내 돈 갚고도 남겠다"

 

채연 뭐야, 나이도 어린 게 꼬박꼬박 반말이야. 재수 없어.

 

회의실을 나가는 채연.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커피잔. 식은 커피가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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